과학책 읽기

다윈 이후 Ever Since Darwin

EarthianK 2017. 2. 21. 11:28

다윈 이후 Ever Since Darwin, Reflections on Natural History


스티븐 제이 굴드 지음

홍욱희, 홍동선 옮김

사이언스 북스 펴냄


진화 evolution는 이제 익숙한 단어가 되었다. 다윈 Darwin도 많은 사람들이 아는 과학자가 돠었다. 그렇지만 현대 진화론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여전히 많은 오해가 있다. 스티븐 제이 굴드는 진화 이론을 연구하는 학자였던 동시에 현대의 과학적 발견과 진화에 대한 잘못된 이해에 대해 글을 통해서 일반 대중과 대화해 왔던 저술가였다. 그의 책, 다윈 이후 Ever since Darwin를 통해 70년대의 진화 연구의 상황과 오해애 대해 알아볼 수 있다. 이 책은 그가 미국 자연사 박물관이 발간하는 월간지, 자연사 Natural History Magazine에 기고했던 여러 에세이들을 묶어 놓은 모음집이다. 부로 나위어진 주제별로 4개 정도의 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딱딱하지 않고 이해하기 쉬운 문체여서 읽기에 편하다.



1부 다윈주의

1장 다윈에 대한 오해와 이해

2장 비글호에서의 5년

3장 다윈의 딜레마

4장 다윈은 잠들지 않는다


2부 인류의 진화

5장 인간과 다른 유인원 친척

6장 관목론과 사다리론

7장 유형 성숙설과 반복설

8장 일찍 태어나는 인간 아기


3부 생명의 진화

9장 아일랜드엘크를 둘러싼 논쟁

10장 파리의 모체 살해

11장 대나무와 매미와 애덤 스미스

12장 미끼물고기를 진화시킨 조개


4부 생명의 역사

13장 생물의 5계

14장 무명의 단세포 영웅들

15장 캄브리아기 대번성

16장 페름기 대멸종


5부 지구의 역사

17장 버넷 목사의 하찮은 행성론

18장 균일론과 격변론

19장 벨리코프스키의 좌충우돌

20장 대륙 이동의 확실한 증거들


6부 자연에 대한 오만과 편견

21장 크기와 형태

22장 인간 지능의 잣대

23장 척추동물 두뇌의 역사

24장 행성의 크기와 표면적


7부 사회 속의 과학

25장 과학사의 영웅과 바보들

26장 직립의 의의

27장 인종 차별주의와 반복설

28장 우리 안의 유인원


8부 인간 본성의 과학

8-1부 인종과 성과 폭력

29장 인종 구분의 무의미성

30장 인간 본성 연구의 비과학성

31장 인종 차별주의와 지능 지수


8-2부 사회 생묾학

32장 생물학적 잠재력과 생물학적 결정론

33장 참으로 영리하게 친절한 동물


이 책은 진화에 대한 오해와 함께 진화론이 직면하고 있는 중요한 문제에 관한 에세이 모음이다. 다윈의 진화론 발표와 당시의 논쟁, 인류의 진화에 관한 논쟁, 생명의 역사와 멸종에 관한 논쟁, 인간 중심의 자연관에 대한 비판, 인종차별주의가 어떻게 과학을 오용했는지, 진화론의 확장과 사회생물학에 대한 저자의 비판 등을 담고 있다. 이 책의 발간 년도가 1977년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좀 철이 지난 이야기로 들리는 것들도 있지만 여전히 지금까지 논쟁이 되는 주제도 있다.


이 책을 보면서 다른 학문 분야의 발견이 또다른 과학 분야 이론의 돌파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점을 확인하는 것은 큰 기쁨이다. 예를 들어, 지질학의 새로운 이론인 '판 구조론'이 등장하면서 진화연구와 생물학이 풀지 못했던 페름기 대멸종의 원인을 설명할 수 있게 되었다. 과학자들이 자기분야 이외의 과학적 발견과 사회 변화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이다. 책의 후반부에서는 생물학적 결정론에 대한 굴드의 생각을 드러내고 있다. 현대 진화이론의 발전은 인간의 행동을 포함한 모든 사회적 현상을 생물의 유전자의 발현에 따른 결과로 설명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드러냈고, 사회생물학이라는 새로운 분야가 나타나게 되었다. 굴드는 이러한 사회생물학과 생물학 결정론에 비판적인 견해를 밝힌다. 생물학 결정론이 과거에 과학적 이론의 이름으로 뒷받침 되었던 인종 차별과 대량 학살의 길로 빠질 수 있음을 경계한다.


현대의 진화 이론은 다윈 시대의 것과 다르다. 물리학이 양자역학의 발견에서 시작해 현재의 '입자에 관한 표준 모형'을 정립한 것처럼, 천문학이 우주를 '급격한 팽창을 동반한 빅뱅 이론'으로 이해가게 된 것처럼, 현대의 진화이론은 새로운 이론적 발견을 포함해서 '현대 종합설' 로 일컬어지고 있다. 이 에세이집은 그 과정에 대한 생생한 기록이기도 하다. 스티븐 제이 굴드는 그의 과학적 업적과는 별개로 과학자의 사회적 소통에 관한 점에서도 기억해야 할 인물이다. 어떤 사람은 그를 칼 세이건에 비견하기도 한다. 그는 적극적으로 대중과 대화하려고 했던 과학자였다.


진화 이론에 있어서 우리가 기억해야 할 사람은 에드워드 윌슨이나 리처드 도킨스만 있는 것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