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책 읽기

장하석의 과학, 철학을 만나다

EarthianK 2016. 12. 12. 13:14

이번에는 좀 무거운 제목이다.


장하석의 과학, 철학을 만나다


이비에스미디어(주)


이 책은 EBS 특별기획에서 동일 제목으로 방영된 내용을 책으로 엮은 것이다.


지은이 장하석은 영국의 케임브리지 대학교에서 과학사-과학철학부 석좌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이 책은 과학에 왜 철학이 필요하지? 란 단순한 의문에서부터 과학적 발견은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과학이론은 세상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는가? 등의 의문을 가진 사람들에게 과학철학이 얘기하는 해답을 역사적 사례와 함께 풀어낸다.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뉘어져 있다.


Part1 과학지식의 본질을 찾아서

1장 과학이란 무엇인가

2장 지식의 한계

3장 자연의 수량화

4장 과학혁명

5장 과학적 진리

6장 과학의 진보


Part2 과학철학에 실천적 감각 더하기

7장 산소와 플로지스톤

8장 물은 H2O인가?

9장 물은 항상 100도에서 끓는가?

10장 집에서 하는 전기화학


Part3 과학지식의 풍성한 창조

11장 과학지식의 창조 탐구의 교육

12장 다원주의적 과학


Part1에서는 과학과 과학지식의 본질과 함께, 포퍼와 쿤의 논쟁을 소개하며 새로운 과학이론이 성립되고 기존의 이론과 양립하다가 어떻게 새로운 과학이론으로 교체되는 지에 대한 철학적 이론을 다룬다. 또한 과학적 진리란 존재하는가? 과학의 진보가 가능한가? 라는 문제제기를 한다.


Part2에서는 Part1에서 제기되었던 과학철학적 문제에 대해서 역사적인 사례를 통해 좀 더 실질적으로 따져본다. 근대화학혁명의 순간에서부터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물이 끓는 온도에 대한 기록과 실험적 접근, 전기화학의 역사와 실험을 통해서 관측은 믿을 수 있는가?, 과학적 지식은 믿을 수 있는가? 라는 의문에서부터 과학적 발견의 순간과 새로운 이론이 생겨나고 기존의 이론을 대체해 나가는 과정까지, 역사적 자료를 바탕으로 생생하게 보여준다.

 

Part3에서는 Part1에서 제기한 의문과 Part2에서 예로 든 구체적인 사례를 정리하면서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과학과 교육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풀어낸다. 정답이 있는 문제풀기가 목표인 교육의 문제를 지적하고 획일주의 타파, 은유의 풍성함을 위한 교육을 강조하며 서로 다른 과학이론간의 관용과 상호작용이 있는 다원주의적 과학을 주장한다.


저자는 과학철학의 의미를 다음과 같이 말한다. "과학철학은 과학지식의 본질과 함께 과학이 갖는 사회적 의미와 중요성을 생각하는 학문입니다."

책을 읽으면서 느낀 점은 책 전체에 저자의 과학에 대한 인본주의 사상이 깔려 있다는 것이다.

"과학은 인간을 초월하는 진리의 추구가 아니라 인간들이 인간적으로 자연을 깨쳐나가는 문화적 과정입니다."

또한 책을 맺으면서 과학에 있어서 철학의 중요성을 이렇게 말한다. "철학은 꼭 '깊은'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닙니다. 더 중요한 것은 '다른' 이야기를 해야만 한다는 것입니다. "


현대 과학의 눈부신 성장과 응용을 통해 생활방식과 세계관의 변화가 이루어지고 있다. '과학적' 이라는 말을 붙이며 과학의 발견이나 이론을  맹목적으로 믿고 받아들이는 경향도 있다. 저자는 과학에 대한 이러한 맹목적 믿음에 대해 경계해야 한다고 말한다. '과학이 종교가 되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지은이의 과학에 대한 태도는 귀담아 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저자가 제기하는 과학의 다원성에 대한 논의는 '과학에 있어서 통일된 이론이 존재하는가' , '단일 이론의 독점이 과연 과학진보의 방향인가' 라는 논쟁에 대한 지은이의 문제제기다. 지은이의 '다원주의적 과학' 주장에 동의하든 하지 않든, 그의 문제제기는 과학의 본질과 의미, 과학탐구에 있어서 관용과 다양성의 중요성에 대한 논의로 이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과학탐구와 과학이론의 본질에 대한 철학적 이해' 라는 거창한 의미가 아니더라도 과학에 있어서 철학은 '어떻게' 라는 실용적 의미가 있다. 이 책이 남기는 메세지는 과학철학은 무결점의 과학적 진리를 찾아내는 거룩한 작업이 아니라 자연을 이해하려고 발버둥치는 인간들의 삶의 반영이고 그 태도에 대한 고찰이라는 것이다.